인형의 크기에 맞는 용보를 구하기 어려웠고, 원하는 크기와 형태를 갖춘 기성품 역시 찾기 어려워 직접 제작하기로 하였다. 영친왕 곤룡포의 용보를 참고하여 인형의 비례에 맞게 크기와 형태를 조정하고, 자수미싱을 이용해 오조룡보를 제작하였다.
이 작업은 자수미싱을 활용하여 인형용 용보를 직접 제작한 첫 시도이기도 하다. 완성된 용보는 재단한 뒤 곤룡포의 가슴과 등, 양어깨에 부착하였다.
제작기간: 2024.5 – 2026.5
Dimensions: W80 × D40 * H 65cm
재료: Bisque, Silk, Wood, etc.
왕은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 자리가 언제나 가장 편안한 자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삶을 결정해야 하고, 한 번의 선택이 나라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자리. 화려한 곤룡포와 왕좌는 절대적인 권위를 상징하지만, 그 안의 한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고민과 책임이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이러한 의미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작품의 배경이 될 일월오봉도만큼은 직접 그리고 싶었고, 이를 위해 2022년부터 민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거쳐 2024년 5월 일월오봉도를 직접 그리는 것에서 작품의 구체적인 제작이 시작되었다. 이후 왕과 어좌, 복식과 주변 요소들을 하나씩 더해가며 장면을 만들어갔고, 작업이 이어질수록 작품이 향하는 방향도 조금씩 구체화되었다.
그렇게 완성되어 가는 왕의 모습을 바라보며, 화려한 권위의 이면에 존재했을 한 인간의 무게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렀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지만 그만큼 깊은 고민과 책임을 감당해야 했을 사람. 이러한 생각은 작품의 방향이 되었고, 이후 전시를 통해 〈가장 높은 자리, 가장 깊은 고민〉이라는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작품의 복식은 대한제국기 영친왕의 사진과 복식 자료를 주요 참고 자료로 삼아 제작하였다. 곤룡포와 익선관을 비롯한 왕실 남성 복식의 형태와 착장 방식을 살피고, 이를 인형의 비례에 맞추어 재구성하였다. 단순히 화려한 왕의 모습을 표현하기보다는 복식이 지닌 격식과 상징성이 인물의 무게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이 작품은 영친왕이라는 특정 인물을 재현한 것은 아니다. 영친왕의 복식은 시대와 신분을 구체화하기 위한 시각적 자료로 참고했으며, 작품 속 인물은 가장 높은 자리에 선 사람이 감당해야 했을 책임과 고독을 상징하는 ‘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화려한 곤룡포와 높은 지위,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절제된 표정과 시선을 통해 권위의 외형 뒤에 존재했을 한 인간의 고민을 담고자 했다.
일월오봉도의 의미와 왕실에서의 역할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는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와 물 등을 일정한 형식으로 구성한 조선 왕실의 대표적인 궁중회화이다. 왕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며, 왕이 자리하는 공간에서는 어좌 뒤에 배치되어 왕의 존재와 왕실 공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였다.
현존하는 일월오봉도는 병풍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으며, 기본적인 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산과 물, 소나무 등의 형태와 세부적인 표현에는 작품마다 차이가 있다.
본 작품의 일월오봉도는 창덕궁의 6폭 일월오봉도 병풍을 주요 참고자료로 삼았다. 다만 원본을 그대로 모사하거나 병풍의 형식을 재현한 것은 아니며, 여러 자료를 참고하여 도상을 재구성하고 6폭으로 분절된 화면 대신 하나의 연속된 화면을 갖는 액자 형태로 제작하였다.
일월오봉도병풍, 19세기~20세기 초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창덕6415)
출처: 국립고궁박물관
어좌와 곡병의 구조와 제작과정을 별도의 2025년 [어좌와 곡병] 아카이브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왕의 복식을 처음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실제 유물을 바탕으로 형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회화나 사진만으로 형태를 추정하기보다 현존 유물을 통해 구조와 세부를 살펴볼 수 있고, 관련 자료 또한 비교적 풍부한 영친왕의 복식을 주요 참고자료로 삼았다.
곤룡포를 중심으로 익선관과 화 등 착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함께 살펴보았으며, 복식의 구조와 제작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단령에 관한 연구논문과 한복 제작 전문서적도 함께 참고하였다. 이를 통해 마름질과 전통 바느질 및 봉제 방법을 살펴보고, 유물의 형태와 비례를 바탕으로 Illustrator에서 패턴을 설계한 뒤 인형의 신체 비례에 맞게 조정하여 제작하였다.
작품에 사용될 일월오봉도를 직접 제작하기 위해 2022년 대전 서구문화원의 민화 수업에 등록하여 전통 민화의 채색과 표현 기법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이후 약 2년간의 학습과 연습을 거쳐 2024년 5월 작품에 사용할 일월오봉도를 직접 제작하였다. 현존하는 일월오봉도는 작품마다 색채와 세부 표현에 차이가 있어, 여러 자료를 비교한 뒤 작품에 어울리는 색채를 선택하여 제작하였다.
창덕궁의 일월오봉도를 인형 사이즈로 축소 출력하여 크기와 색상을 참고하였다.
병풍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액자형태로 제작하였으며, 어좌와 곡병과의 조화를 위해서 밑부분에 비단한지를 좀더 높게 배치했다.
사용 몰드
왕 인형의 얼굴은 제작 당시 조형해 두었던 BTS V를 모티브로 한 헤드를 활용하였다. 당시에는 작품별로 새로운 인물을 조형하기보다 기존에 제작한 헤드를 활용하여 장면과 복식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하였다.
비스크 성형 및 소성
페인팅
바디 조립
곤룡포 제작
영친왕의 곤룡포 유물을 주요 참고자료로 삼아 복식의 전체적인 형태와 각 구성 요소의 비례를 살펴보았다. 유물 이미지를 바탕으로 Illustrator에서 복식의 구조를 분석하고 패턴을 설계한 뒤, 실제 제작에서는 인형의 신체 치수와 착용했을 때의 균형을 고려하여 크기와 비례를 조정하였다.
실물 복식의 형태를 그대로 축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은 크기에서도 곤룡포 특유의 실루엣과 구조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패턴을 수정하며 제작하였다.
곤룡포는 겉의 단령과 안쪽의 직령이 결합된 이중구조로 제작하였다. 겉감인 단령은 둥근 깃의 형태로, 안감에 해당하는 직령은 곧은 깃의 형태로 각각 제작한 뒤 두 옷을 하나로 연결하였다.
실제 복식의 구성 방식을 인형 크기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두 부분을 별도로 재단하고 봉제하였으며, 작은 크기에서 원단이 겹치며 생기는 두께와 착용 시의 실루엣을 고려해 패턴과 봉제 방법을 조정하였다.
인형의 크기에 맞는 용보를 구하기 어려웠고, 원하는 크기와 형태를 갖춘 기성품 역시 찾기 어려워 직접 제작하기로 하였다. 영친왕 곤룡포의 용보를 참고하여 인형의 비례에 맞게 크기와 형태를 조정하고, 자수미싱을 이용해 오조룡보를 제작하였다.
이 작업은 자수미싱을 활용하여 인형용 용보를 직접 제작한 첫 시도이기도 하다. 완성된 용보는 재단한 뒤 곤룡포의 가슴과 등, 양어깨에 부착하였다.
4. 설치